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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송

[영화] 동감 (Ditto, 2000)

by 신어지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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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개봉한 영화 [동감]이 22년 만의 리메이크라고 해서 2000년 원작 [동감]을 VOD로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안봤던 영화더군요. 아마도 같은 해에 개봉했던 유사한 컨셉의 영화 [시월애]가 당시 저의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감]과 [시월애]의 공통점은 당시 한국 영화계의 트렌드였던 멜러 장르라는 점과 함께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통신을 하게 되는 설정에 있는데요, [시월애]에서의 통신 수단이 우편함을 통해 주고 받는 편지였다면 [동감]은 HAM 아마추어 무선 통신 기기가 매개체가 됩니다.

 

 

두 작품 외에도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연락을 주고 받는 유사한 설정의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고 앞으로도 더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만 이런 설정을 [동감]과 같이 한국적인 멜러 장르에 녹여내는 작품은 당시의 트렌드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다시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최근에는 감성 멜로든 코믹 멜로든 장편 영화로는 멜로 장르의 영화는 거의 보기 드문 상황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동감]의 리메이크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어떤 호응을 얻어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이번에 개봉한 리메이크 작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 성별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 만큼 충분한 각색도 이루어졌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하 스포일러)

 

 

2000년 원작 [동감]은 1979년 신라대 영문과 3학년 소은(김하늘)과 2000년 같은 대학 방송통신과 2학년 인(유지태)이 우연히 무선통신으로 연락을 주고 받게 되고, 소은은 인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선배 동희(박용우)가 소은 자신이 아닌 과 동기 선미(김민주)와 결혼을 하고 그렇게 낳은 아이가 다름 아닌 미래의 인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갈등하던 소은은 마음을 정리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이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선택을 합니다. 지금 기준이 아니라 영화 개봉 당시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저게 과연 맞냐 싶은 결말일 수도 있겠는데 아무튼 영화는 그렇습니다.

 

 

1979년에 대학교 3학년이었던 소은의 학교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대사하는 방식이나 촬영, 편집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인가 생각하게 만드는데, 그렇다고 인이 등장하는 2000년의 장면이 훨씬 현대적인 것도 아니고 적당히 80년대 정도의 느낌이 나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대략 유지태의 말투를 제외한 하지원의 연기나 대부분의 연출이 1979년과 2000년을 아우르며 총체적인 옛스러움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특히 OST의 과도한 사용 때문에 관객의 감정을 유도하기 보다는 오히려 방해를 하는 부분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외에도 당대의 다른 감독들 작품에서였다면 허용되지 않았을 여러가지 허술한 점들이 적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장편 데뷔작으로 [동감]을 연출한 김정권 감독은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1998)과 [간첩 리철진](1999)에 조연출로 참여했던 인연으로 입봉의 기회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각색과 각본에 장진 감독이 크리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고 [동감]의 원안을 쓴 신재호 감독 역시 [기막힌 사내들](1998)의 연출부 출신이었습니다. 극중에 주인공들이 함께 관람하는 국문과 극예술연구회의 "무진장 긴 제목"의 연극은 [우리의 인생은 굴곡이 많으니 언제나 그렇듯 박수칠 때 떠나자]였는데 장진 감독의 2005년 영화의 제목도 [박수칠 때 떠나라]였습니다.

 

 

2000년의 원작 [동감]은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2022년의 새로운 [동감]은 과연 어느 정도의 작품일지 궁금합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지금 다시 만들어도 더 잘 만들기는 힘들겠다는 작품 보다는 이번 기회에 원작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새롭게 해볼만 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아무래도 리메이크하기에 적당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언젠가 새로운 [동감]도 비교 차원에서 리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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