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물의 길]이 12월 14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하는 것으로 홍보가 되고 있는데 단독이 아니라 우리나라 외에도 9개 국가가 같은 날 개봉이니까 국뽕에 몸서리 칠 이유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대 상으로는 유럽 국가들과 대만에 비해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긴 합니다만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13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이 드디어 개봉이라니 세월 참 빠르기도 이때쯤 전편을 다시 한번 봐두면 좋겠다 싶어 2009년 개봉작 [아바타]를 디즈니플러스에서 감상했습니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는 단건 구매 가격이 5천원이나 하네요.
[아바타]를 다시 보면서 좀 놀란 것이, 지금 봐도 거의 흠 잡을 데가 없는 비주얼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 비해 디즈니플러스의 스트리밍 화질이 좀 더 좋은 편이긴 하지만 개봉 당시 유행이었던 3D 고글을 쓰고 봤던 기억에 비해 훨씬 더 보기가 좋았습니다. 지난 9월 [아바타 리마스터링]의 재개봉이 있었던 모양인데 포스터에 "2주간 4K HDR화면으로 감상"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걸 보니 디즈니플러스에서도 혹시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스트리밍을 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 [동사서독 : 리덕스]를 넷플릭스에서 다시 보고 엄청난 화질 열화 때문에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바타]의 스트리밍 화질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들이 전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역대 최고 극장 흥행 기록(29억2천만불)을 지금까지 뺏기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바타]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충분히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한번 관람했던 이후로 또 보고 싶거나 했던 적은 없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 다시 보니 [아바타]는 지금 기준으로도 정말 잘 만들었고 또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재미있는 영화더라고요. 정복자 집단과 원주민 간의 갈등, 그리고 본래는 정복자 집단의 인물이지만 원주민과 동화되고 그들의 편에 서게 되는 구도는 케빈 코스트너 감독/주연의 [늑대와 춤을](1990)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 그리 새롭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탁월한 상상력과 기술력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경험을 하게 해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정말 "세상의 왕"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지금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 문명을 이룬 미래(서기 2154년)의 이야기이고 우주 저 멀리 다른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여전히 저건 좀 말이 안된다 싶은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더군요. 인간과 나비 족의 유전자 결합을 통해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건 유전 공학이 어마어마하게 발전하게 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인간의 의식이 그 아바타에게도 옮겨 들어가 완벽하게 싱크를 이룬다는 것까지도 뭐 그렇다 칠 수 있겠지만 별다른 통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인간과 아바타 간에 의식이 왔다갔다 하는 부분은 [아바타]를 즐기기 위해 모르거나 무시해야만 하는 허들이 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아울러 장비의 도움 없이 인간의 육신에서 아바타의 육신으로 의식이 완전히 옮겨가게 되는 대목 역시 '신비로운 판도라 행성에서는 저런 것도 가능'한 거라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그외에 [아바타]는 작품의 스케일 면에서 언듯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의 느낌도 나긴 하지만 그 상상력의 깊이와 디테일에 있어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13년 전에 한번 본 이후로 잊고 있었던 [아바타]의 디테일 중에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의 배경도 있었습니다. 해병대 출신으로 하반신 마비 상태로 살던 제이크 설리는 과학자였던 쌍둥이 형이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그를 대신해 판도라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탑승하게 됩니다. 쌍둥이 형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만든 아바타니까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제이크 설리에게 기회가 온 것이고 하반신 마비인 몸 상태는 오히려 강한 동기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판도라 행성의 상황은 그야말로 제임스 카메론의 상상력 대잔치일 수 밖에 없는데 그 중에 압권은 나비 족의 머리 끝 촉수와 다른 동물의 촉수가 엮이면서 한 몸처럼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들 중에는 자연과 인류가 하나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기도 하고 판도라의 나비 족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그려지지만 이처럼 다른 개체와 연결이 되는 방식을 선보이는 것은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바타]의 멋진 비행 장면이나 전투 장면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죠. 그외 [에반게리온]이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무턱대고 갖다 쓰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재창조를 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아바타]의 속편은 이번 [아바타 : 물의 길]로 끝나지 않고 2년 마다 한 작품씩, 1편부터 총 5개 작품을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1편부터 그랬지만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해서 만들어내는 장면들의 비중이 워낙 많다보니 돈도 돈이지만 제작 기간이 적잖게 소요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13년 전의 첫 [아바타]를 다시 보니 인간과 유사하면서도 훨씬 큰 신체를 가진 나비 족의 행동이 아주 부드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좀 겅중겅중하면서 걷고 뛰는 것 같다고 할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그 기간 동안 발전된 기술에 의해 [아바타 : 물의 길]에서는 좀 더 부드럽고 그래서 더욱 실제인 것만 같은 비주얼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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