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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송

[영화] 더 메뉴 (The Menu, 2022)

by 신어지 202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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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극장 개봉작 [더 메뉴]가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어 감상했습니다.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일반적인 음식이나 요리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뭔가 호러 느낌의 이야기인 것 같더군요. 랄프 라인즈가 셰프로 출연했고 그외 안야 테일러-조이, 니콜라스 홀트, 존 레귀자모 등 배우들도 함께 했습니다. 마크 미로드 감독은 [왕좌의 게임]을 비롯해서 주로 TV 단막극과 연속극을 연출해왔고 영화는 2011년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로 데뷔한 이후 이번 [더 메뉴]가 두번째 연출작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더 메뉴]는 호러물이나 풍자 코미디라고 하기엔 모두 애매하고, 조금 괴랄한 정도의 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딴 섬에서의 값비싼 한 끼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을 하나씩 잡아 요리로 만들어 먹는 경우도 아니고 최고의 요리사로 평가받는 슬로비크(랄프 파인즈)의 계획에 따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죽음을 맞이 하는 것이 전부니까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손님들 역시 위기를 모면하여 살고 싶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격렬하게 저항하지도 않습니다. 뛰어난 요리사가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듯이 이 식당에 모인 이들 모두가 결국엔 신의 계획에 순순히 따르게 되는 마지막 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입니다. 뻔하지 않은 영화이지만 전형성을 벗어난 만큼 재미 면에서는 따라가기가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날 '죽음의 식사'에서 살아남게 되는 유일한 인물 마고(안야 테일러-조이)는 신의 계획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계획에 없었던 메뉴를 요청함으로써 자유를 얻게 됩니다. 신을 감동시킨 대가로 선물을 받았다고 할까요. 마고는 다른 손님들과 달리 누군가의 대타로 오게 되었던 만큼 애초에 프로파일 자체가 비싼 돈을 내고 음식 체험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하는 처지에 있는 인물이었죠. 이것을 간파한 요리사 슬로비크는 자신들과 같은 제공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맞이 하도록 권하지만 마고는 결국 그의 계획에서 벗어나는 쪽을 선택해 얻어낸 것입니다.

 

 

[더 메뉴]에서 안야 테일러-조이가 연기한 마고는 2016년 출연작 [23 아이덴티티]에서 연기했던 케이시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23 아이덴티티]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으로 23개의 다중인격을 소유한 인물에게 납치된 네 명의 여고생들의 이야기였죠. 케이시는 평범했던 다른 소녀들과 달리 학대받는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죽음을 면하게 되는데, [더 메뉴]에서 요리사 슬로비크 역시 마고에게서 그런 면모를 발견하고 요리의 제공자 편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마고는 이 기회를 살려 슬로비크의 숙소에 잠입하고 여기에서 발견한 과거의 사진 속에서 슬로비크가 햄버거 가게 종업원으로 시작했었던 과거를 알 수 있었던 것이죠.

 

 

마고가 슬로비크로 하여금 치즈버거를 요리하게 함으로써 그가 잃어버렸다고 했던 '음식을 제공하는 기쁨'을 되찾게 해주었다는 부분까지는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그걸로 마고를 혼자 풀어주기까지 하는 부분은 살짝 억지스러운 엔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애초에 다른 손님들과 함께 죽음의 식사에 함께 할 일도 없었던 마고였기에 그냥 보내주는 것 자체가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인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어차피 신의 계획에서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음식이 주는 본연의 가치를 넘어서 스토리텔링이나 과도한 장식적 요소들이 더 우선시되는 세계에서 10달러짜리 치즈버거(후렌치프라이 포함)가 보여주는 대조적인 의미의 상징성은 [더 메뉴]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여담입니다만 1997년 영화 [빅 나이트]에서도 [더 메뉴]의 치즈버거와 같은 장치가 등장하는데, 파산 직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살려내고자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는 프리모(토니 샬호브)와 세콘도(스탠리 투치) 형제는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되고 그 마지막은 부엌에 둘만 남아 나눠먹는 스크램블 에그였습니다. 전형적이면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엔딩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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