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방송

[영화] 유 피플 (You People, 2023)

by 신어지 2023. 1. 29.
728x90

2023년 1월 27일에 신규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유 피플]을 감상했습니다. 주연 배우 조나 힐과 감독 켄야 배리스가 공동 각본을 썼고 에디 머피, 줄리아 루이스-드레이퍼스, 데이빗 듀코브니 등이 출연한 작품인데 IMDb 평점이 5점대 밖에 되지 않는 와중에도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정이]와 노르웨이 영화 [나르빅]을 끌어내리고 1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조나 힐과 에디 머피의 인지도와 새해 들어 마땅한 경쟁작이 없었던 덕분 아닌가 싶네요.

 

(이하 스포일러)

 

 

[유 피플]은 서로 사랑하게 된 유태인 남성 에즈라(조나 힐)와 흑인 여성 아미라(로렌 런던)이 결혼을 결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미국 내 흑백 인종갈등과 문화적 차이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에즈라는 아미라의 아버지 아크바(에디 머피)로부터 처음부터 미움을 받는 처지가 되고 아미라는 에즈라의 말 많은 어머지 셸리(줄리아 루이스-드레이퍼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죠. 서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감내하면서도 양가 친지들과 지인들과 함께 하는 만찬까지 성대하게 진행을 했지만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단념하게 됩니다.

 

 

미국은 문화의 용광로라는 자화자찬이 무색하기만 한 갈등의 시간을 최근 몇 년 간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런 점에서 흑백 간의 사랑과 인종적인 상호 배타성을 다루는 작품은 나름 좋은 소재인 것 같습니다. 영화도 다행히 현학적인 대사로만 이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비교적 쉽게 상황을 따라갈 수 있는 코미디로 풀어나가고 있는 편이고요. 하지만 나름 잘 쌓아놓았던 공든 탑을 형편없는 마무리로 무너뜨려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작품이 [유 피플]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이루어진 나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긴 하지만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생각이 바뀌어 갈등의 당사자들끼리 만나 '영상편지'식 반성의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결혼식까지 이어지는 해피엔딩은 터무니 없는 무리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형편 없었던 영화가 기발한 반전과 결말 하나로 호평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형편없는 결말 하나만으로 영화 전체를 폄하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유 피플]의 결말은 정말 게으르기 짝이 없는 마무리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겠습니다.

 

 

[유 피플]이 유태계 백인 가족과 흑인 무슬림 가족 간의 문화적 차이와 상호 배타성을 제대로 다루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예비 장인이 금지옥엽 같은 딸과 결혼하겠다는 타인종 남성을 싫어하고 밀쳐내는 모습이나 자기 잘난 체하기에 바쁜 예비 시어머니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찌보면 어느 나라, 어느 환경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이 아니었나 싶은 것이죠. 따라서 [유 피플]은 미국 내 인종 갈등을 소재로 내세우기만 했을 뿐 그에 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조사, 성찰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가 그나마 아주 지루하지만은 않았던 것은 솜씨 좋은 주연 배우들 덕분이 아니었나 싶네요. 덮수룩한 수염과 머리까지 기르고 출연한 조나 힐은 영락없이 잭 갈리피아나키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금융계의 직장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사랑을 찾아 모험에 나서는 삼십대 중반의 애어른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냈습니다. 다른 출연작에서의 역할에 비해 상당히 차분하다 못해 냉소적인 인물을 연기한 에디 머피는 벌써 딸 시집 보낼 나이의 역할을 하는 나이가 되었나 싶을 정도로 쌩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전성기 때에 비해 인상이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주는 데이빗 듀코브니와 대조를 이뤘습니다.

 

 

에즈라의 어머니 셸리 역으로 출연한 줄리아 루이스-드레이퍼스는 최근 마블 영화에서 비밀스러운 인물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으로 자주 출몰(?)하고 있어 낯이 익은데, [유 피플]에서의 연기를 보니 90년대 시트콤 [사인필드](1990 ~ 1998)의 일레인이었더군요. 순발력 넘치는 코믹 연기로 [사인필드]의 성공에 일조했던 배우였는데 [유 피플]에서 왕년의 그 실력을 유감 없이 보여줍니다.

 

[유 피플]은 각본가이자 프로듀서인 켄야 배리스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에즈라의 총각파티를 위해 라스베가스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에즈라의 옆 좌석에 앉아 대사 한 마디 던지는 카메오로 직접 출연도 했죠. [유 피플]은 뛰어난 연출력이 요구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조나 힐과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 만큼은 좀 더 고민을 했어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정쩡한 코믹 요소를 배제하고 좀 더 현실적인 결말로 마무리하는 정극 분위기의 연출은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