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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송

[영화]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 Wakanda Forever, 2022)

by 신어지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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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 극장 개봉했던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되어 감상했습니다. 2018년 2월에 개봉했던 전편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티찰라/블랙팬서 역을 맡았던 채드윅 보즈먼이 대장암으로 갑자기 사망(본인이 투병 사실을 숨겨왔기 때문에 사망 소식이 알려졌을 때에는 갑작스러울 수 밖에 없었죠)하게 되면서 속편은 그 내용을 완전히 새로 써내려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었죠.

 

이런 저런 여파로 인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전작에 비해 더 많은 제작비를 들이고도 흥행은 손실만 겨우 면하는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제작비 2억5천만 달러를 들여 전세계 흥행 성적이 8억4천만불이었다는 것은 제작비와 거의 유사한 수준의 홍보비 등 부대 비용을 생각했을 때 결코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작 [블랙 팬서](2018)가 2억 달러의 제작비로 13억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비평적으로도 많은 호평을 받았으니 속편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을 거둔 셈이 맞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하겠습니다. 첫째는 채드윅 보즈먼의 죽음으로 더이상 연기할 사람이 없어진 배역 티찰라/블랙팬서가 극중에서도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티찰라의 여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가 와칸다의 새로운 여왕이자 블랙 팬서로 나서게 되는 과정, 그리고 두번째는 본래 마야 문명의 일족이었으나 16세기 스페인의 침공 시점에 질병을 치료하던 과정에서 수중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 탈로칸 종족과 와칸다 간의 전쟁과 휴전의 서사입니다. 와칸다와 탈로칸은 모두 비브라늄을 갖고 있어 이를 노리는 다른 패권 국가들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처지인데 이런 기회에 지상 세계를 쓸어버리겠다는 탈로칸 종족의 왕 네이머의 위협과 침공으로 인해 슈리는 더이상 슬픔에만 빠져있을 수가 없게 된다는 설정이죠.

 

 

티찰라가 와칸다의 수호자 블랙 팬서로 역할을 할 때 슈리는 티찰라의 여동생이자 와칸다의 공주이면서 과학자로서 꽤 적당한 비중으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티찰라 없는 와칸다를 슈리가 블랙 팬서가 되어 이끌어간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존재감이 충분치 못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B. 조던의 출연이 가능한 킬몽거가 돌아와 새로운 블랙 팬서가 될 수도 있다는 억지스러운 전개에 비하면 슈리가 후계자로서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와칸다라는 국가의 운명을 짊어지고 전투에서는 블랙 팬서 수트를 입고 활약하기도 해야 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티찰라의 공백만 더 크게 느껴지게 할 뿐이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슈리의 블랙 팬서는 향후 [블랙 팬서] 단독 영화가 아닌 어벤져스 히어로들과 함께 했을 때 오히려 더 좋은 케미를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으니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티찰라의 죽음 이후 와칸다를 이끈 라몬다(안젤라 바셋)의 불꽃 연기는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의 초반부를 이끌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슈리에게 동기부여와 자리까지 제공해주려다 보니 안타깝게도 네이머의 와칸다 침공 상황에서 일찍 죽게 되는 설정이더군요. 와칸다의 근위 대장으로 티찰라의 블랙 팬서와 함께 전투 현장에 자주 등장하다 보니 [블랙 팬서]의 조연 캐릭터들 가운데 오히려 가장 비중이 높은 편이었던 오코예(다나이 구리라)의 존재감은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에서도 여전합니다.

 

2018년작 [블랙 팬서]에서는 슈리나 오코예 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인물이었으나 어느 순간 사라졌던 나키아(루피타 뇽)가 돌아와 와칸다의 여전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특히 티찰라의 죽음을 추모하는 슈리의 마지막 장면 이후 쿠키 영상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게 됩니다. 어찌보면 슈리가 새로운 블랙 팬서가 되거나 네이머의 탈로칸 종족과 와칸다 간의 전쟁 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반전이었죠.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은 조잡했지만 티찰라의 죽음을 추모하는 내용과 정서 상으로는 오히려 더 큰 의미가 있었던 대목이었습니다.

 

 

DCEU의 아쿠아맨에 해당하는 네이머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아쿠아맨이 다른 수퍼히어로들과 비교적 협력이 잘 되었고 솔로 무비에서는 휘황찬란한 해저 세계의 면모를 과시했다면 네이머와 탈로칸 종족은 상당히 신비로운 만큼 이질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편입니다. 탈로칸 종족은 일단 외모부터가 파란색 피부를 가진 데다가 지상에서는 호흡을 하지 못해 오히려 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다른 탈로칸인들과 달리 태중에서 뮤턴트가 된 네이머는 인간의 모습에 좀 더 가깝지만 남다른 능력을 갖고 탈로칸 종족을 지휘합니다. 발목 쪽에 달려있는 뜬금 없이 생긴 작은 날개 덕분에 하늘을 날기도 하는 네이머는 덕분에 와칸다의 전투기들도 간단히 제압하는 괴력을 보여줍니다. 바다의 왕자라면서 하늘에서 더 잘 싸우고 ㅈㄹ

 

문제는 지상 세계를 다 쓸어버려야겠다는 네이머의 복수심과 잔혹한 계획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말도 잘 안통하는 와중에 다짜고자 와칸다부터 없애버리겠다고 덤비니 와칸다는 일단 네이머부터 제압하고 봐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는데, 블랙 팬서와 일대일 대결에서 패하고 나서 너무 쉽게 물러서는 모습 또한 그리 썩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못한 부분입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어쩌면 국가와 부족들 간의 전쟁과 내전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해 메시지를 보내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정도의 전개로 관객들의 반향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슈리가 여성 캐릭터로서 새로운 블랙 팬서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MCU에 다른 여성 히어로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트렌드와도 크게 이질감은 없는 편입니다. MCU의 향후 계획이 어떤 조합으로 펼쳐질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슈리/블랙팬서가 다른 히어로들과 함께 활약을 하는 모습을 보아야 제대로된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후반부에 서사의 흐름에서 갑작스럽게 밸런스가 무너지는 듯한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작도 아주 재미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블랙 팬서는 역시 특유의 캐릭터를 활용해서 어벤져스와 대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하기도 하는 모습일 때가 자연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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