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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송

[시리즈] 웬즈데이 (Wednesday, 2022)

by 신어지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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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니시리즈 [웬즈데이]가 팀 버튼 감독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좀 알아보고 바로 정주행했습니다. 총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웬즈데이]의 제작에 팀 버튼은 수 많은 제작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 참여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첫 4개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했습니다. 나머지 에피소드의 연출은 제임스 마샬과 갠쟈 몬테이로가 2개씩 맡아 완성했습니다. 그렇다고 [웬즈데이]의 제작에 있어서 팀 버튼이 차지하는 지분이 절반에 불과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아무래도 캐스팅이나 세트 미술 등 제작 준비 과정에 연출자로서 영향은 팀 버튼이 가장 큰 몫을 해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팀 버튼 영화에 깐부와도 같은 음악 감독 대니 엘프먼도 참여를 했으니까요.

 

 

우리 말로 수요일이라는 뜻의 웬즈데이는 다름 아닌 [아담스 패밀리](1991)에 등장하는 아담스 가족의 딸 웬즈데이 아담스의 이름입니다. 아담스 가족 전체가 아닌 웬즈데이가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드라마이니까 일종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괴하고 오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블랙 유머를 날려주는 설정이니까 이거야 말로 팀 버튼 취향에 안성맞춤인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요. 아마도 시리즈를 처음 기획한 알프레드 고프와 마일스 밀라 작가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옮겨줄 최적의 연출가로 팀 버튼을 지목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팀 버튼이 장편 영화가 아닌 TV 시리즈를 연출한 것은 22년만의 일인데 그나마도 실사 드라마로는 이번 [웬즈데이]가 처음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예고편에서 남동생을 괴롭히는 낸시 레이건 고등학교 수구팀 선수들을 위해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가 수영장에 피라냐 떼를 풀어버리는 발랄한 장면은 [웬즈데이]의 오프닝에 해당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일반 학교를 옮겨다닌 웬즈데이는 결국 부모님도 다녔던(왜 처음부터 이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편입을 하고 이전 학교에서 저지른 사건에 대한 법적 의무로 심리 상담도 받게 됩니다. 여러 별종들이 재학 중인 네버모어 아카데미와 학교가 위치한 지역 제리코 카운티에서 웬즈데이는 400년 전부터 별종들에 대한 오랜 차별과 마녀 사냥의 역사,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음모와 마주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소시오패스 성향인 웬즈데이는 자신과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닥친 위협을 파헤치고 대응하는 중심 인물이 됩니다.

 

 

기괴한 캐릭터(종족)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코미디 성향의 판타지 드라마라서 긴장감은 별로 없는 편이고 개인적으로는 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해리 포터] 시리즈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웬즈데이]의 IMDb 평점은 10점 만점에 8.5점에 달하는데(영화에 비해 대체로 높은 편) 제 개인적인 점수는 5점 밖에 못주겠네요. 전반적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제게는 [웬즈데이]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유들 중에는 아무래도 세대 차이도 있긴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런 판타지 코미디 보다는 [시카리오]나 [나르코스] 시리즈에 좀 더 어울릴 법한 인상의 여주인공의 연기가 마지막 에피소드까지도 적응이 잘 되지 않더군요. 극장판 [아담스 패밀리]에서 웬즈데이를 연기했던 크리스티나 리치가 이번 미니시리즈에 다른 배역을 맡아 출연했는데, 당시 크리스티나 리치의 웬즈데이(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에 등장했던 쌍둥이 소녀 유령과 비슷)와 좀 더 닮았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좀 다른 느낌을 배우였더라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의외로 [웬즈데이]에서 주인공 웬즈데이를 제외한 나머지 배역의 캐스팅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교장 라리사 윔즈 역에 그웬돌린 크리스티, 웬즈데이의 룸메이트 에니드 싱클레어 역에 엠마 마이어스, 심리 상담사 발레리 킨벗 박사 역에 리키 린돔 등은 다른 대체할 만한 배우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찰떡 같은 배역 궁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캐서린 제타-존스나 크리스티나 리치도 나무랄 데 없는 캐스팅과 연기였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여자 배우와 캐릭터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 같은데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감에 비해 남성 캐릭터와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비중에 적게 느껴지는 것이 [웬즈데이]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남성 캐릭터 중에는 7화에만 잠시 등장했던 페스터 삼촌 캐릭터와 이 배역을 연기한 프레드 아미센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았습니다. 페스터 삼촌이 등장하면서 중2병 들린 듯 갑갑했던 드라마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고 할까요. 지금 찾아보니 SNL 크루로 출연했을 때 자주 봤었던 코미디언인데 아담스 가족 본연의 엉뚱 기괴하면서도 코믹하고 기발하기도 한 특징을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웬즈데이]의 시즌 2가 제작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씽(Thing) 만큼이나 페스터 삼촌의 비중도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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