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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송

[영화] 문폴 (Moonfall, 2022)

by 신어지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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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문폴]을 감상했습니다. 넷플릭스에 썸네일이 뜨기 전까지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한국을 포함한 꽤 많은 국가에서 2022년 2월부터 3월 사이에 개봉을 했었던 작품이었네요.

 

전지구적인 재난 블럭버스터와 허술한 스토리텔링으로 명성이 높은 감독의 신작이라 평소 좋아하던 SF 장르이면서도 굳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는데 결국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말았습니다. 흥행에서도 크게 실패했고 IMDb 평점조차 5.1 밖에 되지 않아 처음만 조금 보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말아야지 했었지만 끝까지 다 보고 말았어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영화 후반부까지 버텨낸(?) 나름의 보람은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포스터의 헤드카피가 말해주듯이 지나가던 위성 정도가 아니라 '달이 지구로 떨어지는' 제목 그대로의 영화가 [문폴]입니다. 달이 지구로 떨어질 때의 어마어마한 대재난 상황을 감상하기는 하되, 기왕이면 대체 이게 왜 지구로 떨어지는 건지는 알아야겠죠. 그리고 주인공들이 지구를 구해내주면 좋겠는데 기왕이면 말이 좀 되는 방식으로 해내야 하겠고요. [문폴]은 놀랍게도 이런 모든 조건을 골고루 만족시키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한 편의 드라마로서의 촘촘한 짜임새는 일절 기대하지 않는 편이 역시 맞았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올바른 해법은 결국 정확한 원인 파악에서 나오는 것일텐데, [문폴]에서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를 향해 떨어지게 된 것은 달 자체가 원래 수십 억 년 전에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인데 고장이 났기 때문입니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이거 무슨 음모 이론도 아니고 황당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그걸 또 그럴싸 하게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영화가 하는 일 아니겠습니다. [문폴]이 그걸 해냅니다.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자 당연하게도 세계 곳곳에 재난재해가 잇따르고(심지어 영화 후반에 달과 지구의 접촉 사고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서도 휴대전화는 또 잘만 터져줍니다) 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명예 퇴직을 한 전직 우주비행사, NASA의 부국장, 그리고 가짜 과학자가 힘을 합치게 됩니다. 박물관에 처박아 두었던 옛 우주왕복선을 발사대로 가져오는 데까지는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진 상황으로 정상적인 발사를 하지 못하게 되자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임무를 포기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주인공들은 자동차 시동을 걸듯이 우주비행선 발사체를 출발시키고 그러는 사이에 더욱 가까워진 달 중력의 도움을 받아 우주 궤도에 오르는데 성공합니다. 아주 신이 납니다.

 

 

여기까지 영화는 왜 이따위 밖에 안되나, 너무 허접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데 주인공들이 탐사선으로 직접 달의 내부로 들어가기로 하면서 이 때부터 갑자기 비주얼의 퀄리티가 급상승하며 비로소 돈 쓴 티를 팍팍 내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행성이 아니라 외계인이 만들어놓은 초거대 우주 구조물이었던 달의 내부는 자연스레 상당한 시각적 스펙타클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인간과 동일한 DNA를 가진 외계 종족이 고도의 기술 문명을 이루었다가 스스로 자의식을 갖게 된 인공지능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살아남은 단 한 대의 구조물이 태양계로 와서 지금의 지구를 만들고 생명을 창조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 달이 수십 억 년전에 외계 종족을 멸망시켰던 그 인공지능에게 발각이 되고(왜 하필 이제서야인지는 모르겠지만) 통제를 당하게 되면서 본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의 충돌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죠.

 

 

이제 남은 일은 전자기 신호 안에 생명체 신호가 함께 있을 때 이를 감지해서 공격을 해오는 외계 인공지능 나노기계를 EMP 폭탄으로 제거해서 달이 원래의 궤도로 돌아가게끔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이 일을 해내고 지구로 귀환합니다. 지구에서 멸망의 순간을 코 앞에 두었던 살아남은 인류는 다시 한번 안도의 큰 숨을 들이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세!

 

 

중국 영화사와의 공동 제작을 통해 1억 5천만 불의 제작비 일부를 나눠 감당할 수 있었던 [문폴]에는 중국인 여배우 유웬웬이 출연(주인공의 가정에 거주하던 교환학생 역이니까 굳이 있을 필요는 없었던 인물)했고, NASA에서의 극중 대사를 통해 '중국 정부가 우주선 발사에 지원을 약속했다'는 우호적인 언급을 해줍니다. 주인공 가족들의 생명을 구하는 승용차로는 렉서스가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 분명 토요타에서도 PPL 계약을 통해 상당 금액을 분담해주었을 듯 하네요.

 

아무튼 적지 않은 제작 예산이 들어간 대작 영화치고는 초반 그래픽이나 이야기 전개가 다소 엉성한 편이라 투자사와 제작자들이 완전히 사기 당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영화 중반까지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후반부에 달의 내부 구조가 등장하면서(재난 영화에서 SF 영화로 전환) 꽤 볼만했던 장면들이 나와 전체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망작인 건 아니라는 인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장르물이랄 수 있는 SF나 재난 영화에서도 끈적한 인간 드라마나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작품성을 찾는다면 패쓰, 과학적 상식에서 어긋나는 황당한 설정이나 전개를 도저히 참아주지 못하시는 분께서도 패쓰, 그러나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2시간의 볼거리가 필요한 정도라면 의외로 그럭저럭 볼 만은 했던 작품이 [문풀]이라고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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