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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송

[영화] 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2022)

by 신어지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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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공개되는 마지막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화이트 노이즈]를 감상했습니다. 2019년 [결혼 이야기]로 평단과 관객 모두를 만족시켰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이죠. 바움백 감독의 [프란시스 하](2012), [위아영](2014), [결혼이야기](2019)에 계속 출연해온 아담 드라이버와 [프란시스 하](2012)의 프란시스, 그레타 거윅이 중년의 부부로 출연했습니다. 어찌보면 미국 독립영화 또는 아트시네마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인 셈입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필모를 보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들에서 공동 각본으로 참여했던 이력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화이트 노이즈]는 [결혼 이야기]의 성공과 넷플릭스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만들어지기 쉽지 않았을 법한 작품입니다. 독극물을 운반하던 대형 트럭과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독성 연기가 마을을 덮치게 되고 이에 주인공 가족들이 피난 행렬에 동참하게 되는데 이렇게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동원되는 장면들을 여럿 촬영하면서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었던 탓인지 더이상 독립영화라고 할 수 없는 규모인 총 8천만불의 제작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전쟁이나 외계인 침공과 같은 화끈한 볼거리나 기타 장르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이 다루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실존적 위기감 등의 심란한 주제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블록버스터급 시네마테크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독성 연기의 피해는 등장 인물들의 실존적 불안이 외연으로 표출되는 사건이나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를 줄여보고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란을 겪는 모습들은 마침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한 최근 우리의 모습과도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화이트 노이즈]에서 주인공 잭(아담 드라이버)은 독성 연기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뚜렷한 증상도 없이 언젠가 아플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하니 예전부터 갖고 있던 막연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좀 더 구체화되었을 뿐입니다. 그 보다는 이상한 약을 먹고 기억력 감퇴를 경험하고 있는 아내 바벳(그레타 거윅)의 고백이 더욱 충격적입니다. 잭이 가졌던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이제 분노로 전환되어 탈출구를 찾아 돌진하게 됩니다.

 

 

무언가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 히틀러와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 일상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사건 사고 앞에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혼란와 소외감 등은 [화이트 노이즈]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입니다.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무언가에 의존해보기도 하지만 속시원한 해답이 되어줄 수는 없는 일이죠. 심야 응급병원의 수녀님마저도 천국에 대한 믿음을 버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언젠가 계산대 앞에 서야만 하는 수퍼마켓이 잠시나마의 유일한 안식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걸까요. 답도 없고 질문만 가득한 심란한 작품이라 그리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기는 편이지만 나중에 종종 생각나는 건 꼭 이런 영화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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