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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송

[영화]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Bardo, Falsa Crónica de unas Cuantas Verdades, 2022)

by 신어지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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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를 감상했습니다. 멕시코 출신의 3대 거장 영화 감독으로 알폰소 쿠아론, 기예르모 델 토로와 함께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감독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버드맨](2015)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석권했고 바로 그 다음 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레버넌트](2016)로 다시 한번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의 영화 감독 중 한 사람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바 있습니다.

 

 

한 두 달 전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목록에서 이 영화의 기다란 제목을 영문으로 처음 보았고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이면서도 심란한 분위기에 왠만하면 그냥 지나치고 싶은 마음부터 들었지만 이 영화가 다름아닌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아 이거 보기는 봐야 할 것 같은데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지는 것만도 아닌 마음으로 드디어 공개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참 어이가 없게도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서는 찾을 수가 없고 검색을 통해 애써 찾아야만 찾아볼 수 있었다는 건 대체 어쩐 일이었을까요. 지난 9월 1일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의 첫 상영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여러 영화제에 초청이 되었었고 10월 27일 멕시코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는 극장 개봉도 이루어졌었던 것 같습니다만 자타공인 '흥행 성적을 기대할 만한 영화는 아님'이 진작부터 확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된 바르도(Bardo)는 프랑스가 낳은 육체파 영화배우의 원조 브리지트 바르도(Bardot)가 아니라 티벳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죽음과 환생 사이의 상태를 의미하는 중유(中有) 또는 중간계(中間界)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냐리투 감독께서 어떤 의미로 이런 심오한 단어를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했는지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영화를 다 보고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나니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라는 제목이 나름대로 영화의 내용과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잘 축약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는 멕시코 출신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다큐-픽션 감독 실베리오가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의 작품들과 쓰러지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게 되는 무의식적 '의식의 흐름'을 담은(네?) 작품입니다. 시간과 공간, 인물들과 사건의 구성이 일상적이지 않고 제멋대로인 것이 오히려 당연한 상황인 것이죠.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은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도 느껴졌던 심란함이 작품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는 정말 심란한 작품이더군요. 작편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2000) 이후 20년 만에 멕시코에서 촬영한 작품이 이번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라는 사실과 주인공 실베리오 역시 과거 20년 간 멕시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감독의 자화상과도 같은 영화라는 합리적 추정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냐리투 감독은 자신의 빼박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실베리오(다니엘 기메네즈 카초)를 통해 멕시코의 역사와 현재, 미국과의 관계, 자신의 활동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자국에서는 어떻게 환영받거나 비난을 받는지,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환상적인 연출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거장병에 걸린 영화 감독의 자의식 과잉, 지적 마스터베이션에 불과한 작품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이냐리투 감독은 데뷔 때부터 그랬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가 그런 정도로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그래비티](2013)의 성공 이후 1970년대 멕시코에서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로마](2018)를 만들었듯이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감독 역시 한번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 내놓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더군다나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에서 보여주는 시각적 스펙타클의 연속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감독의 명성이 절대로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심란함이 예상되어 주말을 맞는 첫 저녁에는 왠지 피하고 싶은 영화였지만 결국 보고 말았고 역시나 그 심란함이 넘치도록 담겨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는 비록 금요일 저녁에 보기 좋은 쾌적함이나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영화가 상업적 흥행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의 목적 의식을 아직까지 폐기하지 않고 있을 때 과연 어떠한 내용과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멕시코의 과거와 현재를 완전한 남의 일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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