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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니카, 오 마이 달링 (Monica, O My Darling, 2022)

신어지 2022. 11. 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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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1일, 하필 빼빼로 데이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니카, 오 마이 달링]은 인도에서 제작된 영화로 저는 이걸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평소에 인도 영화를 즐겨왔던 것도 아니고 발리우드 특유의 뮤지컬 형식은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라 괜한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하지만 IMDb 평점이 7.6으로 높은 편이라 아주 똥망스런 영화는 아닌 듯 하고, 봉준호 감독이 말한 "2센티의 벽"만 넘으면 더 풍부한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모니카, 오 마이 달링]에 주고 싶은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영화 중후반까지도 6점 정도 - 그럭저럭 볼만 하다는 정도였는데 마지막 결말에 너무 멋진 반전들이 있어 가점을 주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걱정(?)했던 뮤지컬적인 특징은 영화 초반 파티 장면에서 군무 장면이 한 차례 나온 이후로 영화 중간에 내용과 상관 없이 뜬금포를 날리는 일은 없었으나, 주요 장면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된 가사의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여러 차례 나오는 정도의 특징은 남아 있는 편이었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코믹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크게 방해가 되는 경우는 없는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모니카, 오 마이 달링]은 의외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1987년 장편 추리소설 [브루투스의 심장 - 완전범죄의 살인 릴레이]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2011년 후지TV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했던 작품이라 나름 탄탄한 스릴러의 구성과 레퍼런스를 갖고 출발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니콘 로보틱스라는 회사를 배경으로 등장 인물들 간의 얽히고 설킨 치정 관계와 살인의 드라마이지만 무겁지 않은 코믹한 톤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대신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는 훌륭한 한 방을 장착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많은 추리물이 그렇듯 [모니카, 오 마이 달링]도 외형상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와 "범인은 왜 살인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달리긴 하지만 그 보다는 곤경에 빠진 주인공 제이얀트(라지쿠마 라오)가 여러 차례 위기 상황을 겪고 헤쳐나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이 역시 코미디를 지향하다 보니 긴장감 보다는 편안하게 지켜보는 재미가 강조되는 편이긴 하지만요. 양파 껍질처럼 범인 뒤에 또 다른 범인들의 정체가 드러날 때쯤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고 제이얀트는 다시 전도유망했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발리우드 또는 마살라 영화의 특징 - 권선징악의 주제를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이 덕분에 영화는 생각지도 않게 블랙 코미디에서 "권선징악 느와르"로 마지막 방점을 찍게 됩니다.

 

 

[모니카, 오 마이 달링]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여성 캐릭터는 주인공 제이얀트의 내연녀나 약혼녀, 여동생도 아닌 경찰 부국장 나이두(라디카 압테)였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 인물들이 각자 배역에 따른 전형성을 가진 반면 나이두 부국장은 자신 보다 나이가 많은 경찰을 대동하고 다니는 젊은 여성 경찰관이면서 건들건들 허허실실하며 제이얀트를 놀리듯이 압박하곤 합니다. 사실은 유니콘 로보틱스 회사 대표와 밀약 관계의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독특함이나 신비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나이두 부국장과 같은 의외의 인물의 등장은 [모니카, 오 마이 달링]이 코미디 영화로서 갖출 수 있었던 캐릭터 구성 상의 강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모니카, 오 마이 달링]은 영미권 영화와 유럽, 일부 아시아권 영화에만 익숙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도 크게 이질적이지 않는 인도 영화의 최근 트렌드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발리우드 전통의 흔적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자 하는 인도 영화의 행보라고 할까요. 생각해보니 [블랙](2005), [세 얼간이](2009), [내 이름은 칸](2010)과 같이 인도 자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흥행에도 성공한 사례를이 꽤 있었네요. 아무튼 편견은 버리고 2센티의 벽은 넘고 볼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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