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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럼버랜드 (Slumberland, 2022)

신어지 2022. 11. 2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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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세번째 주말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슬럼버랜드]를 감상했습니다. 제이슨 모모아가 출연한 작품인데 PG등급(전체 관람가이지만 보호자 지도/동반/주의 필요)의 영화이고 포스터를 봐도 딱 어린이용 모험극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콘스탄틴](2005), [나는 전설이다](2007), [헝거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프란시스 로렌스입니다. 그럼 뭐가 달라도 좀 다르지 않을까요? 빨리 봐야죠.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1996년부터 수 많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다가 최근 속편 제작 계획을 발표한 2005년 [콘스탄틴]으로 장편 극영화 데뷔를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쓰거나 각색에라도 참여한 영화는 없었습니다. 시나리오는 작가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오로지 연출에만 집중하는 감독인 거죠. 그렇게 해서 꽤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으니 시나리오에 담긴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기는 일 하나 만큼은 아주 잘 하는 편이라고 해도 좋을텐데요. [슬럼버랜드]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2014) 등의 공동 각본가 데이빗 가이온과 마이클 핸델맨이 함께 쓰고 제작자로도 참여한 작품입니다. 아마도 [슬럼버랜드]는 시나리오가 먼저 완성된 이후에 이 작품의 연출을 위해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선택된 경우일 거란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카일 챈들러)와 함께 등대지기 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살던 11살 소녀 니모(마로우 바클리)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으로 깊은 슬픔과 그리움을 안은 채 삼촌 필립(크리스 오다우드)과 살기 위해 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 꿈 속 여행을 떠나는데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들려주던 어린 시절의 파트너 플립(제이슨 모모아)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두 사람은 아버지가 남긴 슬럼버랜드의 지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꿈 속으로 들어가 여행을 하게 되죠. 피그라는 이름의 귀여운 돼지 인형도 함께요.

 

 

오랜만에 [아바타](2009)를 다시 보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상상력에 새삼 놀라곤 했는데 [슬럼버랜드]를 통해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하게 되는 꿈의 나라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연출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환상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상당해서 어린이들만을 위한 영화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잘 만들었다는 쪽입니다. 솔직히 별 기대 안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장면장면마다 느껴지는 연출 장인의 손길에 감탄을 연발하면서 너무 만족스럽게 감상했습니다. 보는 중간에 이거 또 만점 영화인가 싶기도 했는데 마무리를 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을 위한 메시지 전달에 무게 중심이 기울어지면서 초중반을 발랄함을 잃어버려 조금 아쉬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여기에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하는 깨방정 무법자 플립의 캐릭터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스패로우 선장을 연상케 합니다. 제이슨 모모아라고 하면 [왕좌의 게임]이나 DC 유니버스의 아쿠아맨, 아서 커리와 같은 상남자 중의 상남자 캐릭터를 떠올리게 되는데 [슬럼버랜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의 외형적 특징을 살리면서도 이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나 [슬럼버랜드]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어린 소녀 니모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픔과 간절함이 느껴지면서도 용기 있는 강인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주인공 소녀는 영화 속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데 [슬럼버랜드]의 높은 완성도에는 이런 막중한 배역을 연기한 말로우 바클리의 지분을 인정해주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연기 지도가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연기 천재가 맞는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겠죠.

 

 

개인적으로 슬럼버(Slumber)라고 하면 일본 영화 [골든 슬럼버](2010)를 떠올리게 됩니다. 단어의 의미도, 비틀즈의 노래도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죠. 슬럼버는 드림(Dream)과 달리 잠깐 조는 순간에 꾸는 백일몽에 가깝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꿈 속에서 그 꿈의 주인들이 깨어날 때의 모습을 보면 책상 위에 엎드린 상태이거나 TV를 보다가 또는 미사를 드리던 중에 졸았던 것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슬럼버랜드]의 주인공의 여행은 본격적인 밤잠과 낮잠이었고 심지어 플립은 30년 간 꿈의 세계에 머물기도 했던 터라 영화의 제목이 사전적인 의미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닌 듯 합니다. 과거에만 머물지 말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꿈을 꾸고 좇으라는 메시지도 [슬럼버랜드]가 아동용으로만 그치지 않고 좀 더 폭넓은 관객층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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