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비우스 (Morbius, 2022)

지난 봄에 극장 개봉했던 [모비우스]를 뒤늦게 넷플릭스에서 감상했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할 때도 어서 가서 꼭 봐야지 하는 생각이 안들었었는데 이후로 VOD가 풀리고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뒤에도 한참이나 지나서 보게 됐습니다. 제작비 7천5백만불에 전세계 극장 수익이 1억6천7백만불이니까 제작비 외에 마케팅 비용 또한 막대하게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큰 손실만 겨우 면한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흡혈귀를 모티브로 한 모비우스라는 마블 캐릭터가 국내 관객들에게 낯선 측면도 있었지만 [모비우스]의 가장 큰 흥행 실패 요인은 각성된 흡혈 초인간의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이하 스포일러)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에 조커로 출연하면서 배역에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또는 [다크 나이트](2008)의 히스 레저를 너무 의식해서) 일으킨 몇 가지 소동들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자레드 레토는 잘 생긴 외모에 난이도 높은 배역과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 훌륭한 배우로 손꼽히던 중이었죠. [모비우스]의 자레드 레토는 긴 머리에 멋진 수염까지 장착한 매력적인 주인공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선보이는가 싶더니 흡혈 인간으로 바뀐 모습에서는 도무지 호감을 붙여보기 힘든 상태가 되곤 합니다. 원래의 얼굴에 있던 수염까지 흡혈 인간 얼굴에서도 꼼꼼하게 재현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때문에 더더욱 지저분해보이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죠.

사실 메인 캐릭터의 외모가 [모비우스]라는 작품의 결정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비호감 외모의 주인공을 내세우고도 성공한 작품들이나 인기 캐릭터는 굉장히 많으니까요. 그 보다는 한 편의 영화로서 [모비우스]라는 작품 자체가 갖는 아쉬운 부분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하지 않았던 종합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본편은 형편 없는데 예고편 편집을 엄청나게 잘해서 기대만 잔뜩 부풀려놓고 실망시키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모비우스]는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예고편에 비해 그 만들어진 때깔이 상당히 좋은 편이더군요. 다니엘 에스피노자 감독의 전작들 중에서 [세이프 하우스](2012)와 [라이프](2017)을 보았는데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치고는 꽤 준수한 작품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모비우스]는 극의 흐름이 뭔가 띠엄띠엄하는 느낌을 주고 결국엔 후속편을 위한 100분짜리 예고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 악명 높은 소니픽쳐스의 연출 간섭이 작용했던 탓일까요? 아마도 그런 거겠죠. 언젠가 디렉터스컷이 나올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엄청 잘라낸 것 같습니다.

캐스팅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모비우스의 동료이자 연인으로 죽기 직전 모비우스의 피를 마시고 그 역시 흡혈 초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 마틴 밴크로프트의 경우 아드리아 아르조나의 출연이 관객으로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지만, 모비우스의 뒤를 쫓는 FBI 형사 시몬 스트로드 역의 타이레스 깁슨의 경우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쾌활함을 억지로 누르는 듯한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모비우스의 어릴적 친구로 동일한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다 스스로 흡혈 인간이 되어 모비우스와 대적하게 되는 빌런, 루시안 크라운을 연기한 맷 스미스는 나름 적절한 캐스팅이긴 했지만 그가 모비우스의 적으로 급작스럽게 돌변하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못한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히어로를 만드는 건 언제나 이유 있는 빌런 아니겠습니까.

2개의 쿠키 영상에서는 [스파이더 맨 : 홈커밍](2017)에서 활약했던 빌런 벌처(마이클 키튼)이 등장하여 모비우스에게 협업을 제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재로서는 촬영 당시 제작사에서 가졌던 후속편과 마이너 빌런들의 새로운 시리즈 제작을 향한 야심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비우스]의 경우 최소 6편 분량의 미니시리즈로 제작이 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