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올드 맨 (The Old Man, 2022)
디즈니플러스에서 한글 자막으로 감상할 수 있는 미니시리즈, [올드 맨] 리뷰입니다.
솔직히 제프 브리지스가 주연을 맡은 미니시리즈라는 정도만으로는 선듯 손이 가질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느덧 칠순의 나이에 접어든 배우입니다. 전성기 시절에 출연했던 [사랑의 행로](1989), [피셔 킹](1991), [위대한 레보스키](1998)와 같이 지금도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을 만한 좋은 작품들을 통해 만났던 추억도 있었고, 최근 노년기에 들어서는 [아이언맨](2008), [크레이지 하트](2009), [더 브레이브](2010)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들로 노익장을 과시했었죠. 이후로도 출연작은 계속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의 주목할 만한 활동이 없었던 배우가 제프 브리지스였거든요.
1949년 생으로 헐리우드 연예계 집안 출신인 제프 브리지스의 필모에서도 이번 TV 미니시리즈 출연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역 시절이야 그렇다 치고 배우라는 직접에 본격적으로 전념하기 시작한 30대 이후로는 대부분 극장용 영화에 주력을 해온 진또배기 영화 배우였습니다. 그랬던 제프 브리지스가 이제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에 다시 주연 배우로서 출연을 결심한 시리즈물이 [올드 맨]입니다.
일단 시작하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정주행이 가능한 시리즈물의 특성 상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올드 맨]을 보기로 한 데에는 IMDb 평점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는 이유와 이러다 한번 제대로 걸리면 월척이라는 도박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은퇴한 전직 CIA 요원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시납시스는 요즘 워낙 흔해진 소재 아니던가요.
1화를 보다가 중단한 적도 있었고 2화로 넘어가지 못한 경우도 없지 않았었는데 [올드 맨]은 처음에 기대치가 낮았었기 때문이었는지 초저녁에 보기 시작해서 결국 자정을 넘어 총 7화까지 다 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최근에 이렇게까지 다음 화로 넘어가기에 거침이 없었던 경우가 언제였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시청했습니다. 열심히 완주하고 나서야 시즌 2가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함정이긴 했지만요. 아무쪼록 제프 프리지스 옹, 그리고 함께 출연한 존 리스고우 옹께서 건강과 장수하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올드 맨]의 1, 2화의 연출은 마블 [스파이더 맨] 3부작을 연출한 존 와츠가 맡았습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건 아니지만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출 실력에 푹 빠져들어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위한 초석을 잘 놓았다고 생각됩니다. 주인공 댄 체이스(제프 브리지스)의 노익장 액션과 함께 그의 숨겨진 과거 이야기도 함께 지켜봐야 하는데, 댄 체이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빌 헤크는 외모상의 싱크로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연기 자체는 다소 뻣뻣한 편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외 나머지 출연진에 대해서는 별다른 아쉬움을 찾기 어려운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입니다.
2017년 출간된 토마스 페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미국이 CIA 공작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개입했던 역사를 현재 시점으로 끌고 들어오는 구성이 참신합니다. 러닝 타임 2시간 정도의 영화로 좀 간추려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작품이 있는 반면 [올드 맨]은 이렇게 TV 시리즈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했던 것이 제대로 맞아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 상 시즌 2가 나와주는 것이 맞겠지만 아직 정확한 기약이 없는 상태인지라 막연히 기다리기 보다는 지금 감상할 수 있는 시즌 1에 바로 뛰어드시기를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