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도르 5화, 6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되는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Andor)의 5화와 6화 리뷰입니다. [안도르]는 이미 시즌 2의 제작이 예정된 상태인데, 각 시즌은 12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6화까지 감상한 바로 [안도르]는 12개의 에피소드를 다시 3개씩 묶어 독립된 챕터처럼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1 ~ 3은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의 배경과 제국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체포되기 직전에 탈출하기까지를 다루고 있고, 에피소드 4 ~ 6은 카시안 안도르의 탈출을 도와준 루덴 라엘(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요청으로 알다니 행성에서 준비되고 있는 반군의 비밀 작전을 돕는 용병으로 투입되는 이야기를 보여주며 다시 한번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안도르]의 몇 년 후 시점을 다룬 영화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2016)에서 카시안 안도르가 반군의 장교(대위)였으니까 용병이긴 하지만 처음 투입된 작전은 디즈니와 스타워즈 작품들의 뻔한 내러티브에 따라 아무래도 성공으로 마쳤을 가능성이 높겠죠. 이렇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안도르]가 나름 볼 만한 작품이 될 수 있는 점은 기존 스타워즈 본편이나 시리즈물과는 다른 접근 방식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점이 마음에 안드시는 경우에는 상당히 지루한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 경우 [안도르]에서 더욱 깊어진 주변 인물들의 삶을 향한 시선들 때문에 오히려 반갑고 무척 마음에 듭니다.
어찌보면 상당히 느려터진 전개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안도르]이고 이런 특성은 1~3화에 비해 4~6화가 더 강합니다. 메인 이벤트가 되는 알다니에서의 비밀 작전 하나에만 집중해서 빠르게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1~3화에서 카시안 안도르를 체포하기 위해 무리수를 쓰다가 좌천되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시릴 칸(카일 솔러)이 어머니와 신경전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고(시릴 칸이 나중에 다시 나올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제국 장교들 간의 알력 다툼 같은 모습들도 비춰집니다. 그외 공화국 위원이나 알다니 식민지의 장교 가족들의 대화 장면들을 통해 이들에게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면모가 있다는 점을 알게 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전개 방식이 헐리웃 보다는 영국 BBC 드라마나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되는데 언듯 메인 이벤트와는 별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연관성을 갖게 된다거나, 아니면 단순히 정중동의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다가 마지막 순간 한번에 크게 터뜨리며 관객들에게 더 큰 충격의 도가니탕을 맛보게 하기도 하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과거 시점과 현재 시점이 교차되었던 1 ~ 3화와 달리 [안도르]의 4 ~ 6화는 보나마나한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다소 지루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 카시안 안도르는 4화에서 용병으로 알다니 행성의 반군 일행에 합류하고 이들과 비밀 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5화에서도 그 준비는 계속되고 이제 막 작전의 그 날이 왔을 때 에피소드가 끝나버립니다. 4 ~ 6화의 에피소드는 분명 훨씬 짧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안도르]의 제작진은 조금 돌아가는 전개와 연출 방식을 선택한 것이죠. 그저 제작비 더 받으려고 길게 늘어뜨린 것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만큼 각 장면들의 만듬새는 무척 정성스럽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다행히 6화에서 작전은 계획 대로 잘 수행이 되었고 그로 인한 희생은 있었지만 작전의 목적, 막대한 반군의 자금 확보 역시 달성됩니다. 마지막 가벼운 반전이 있었지만 이는 카시안 안도르가 어떤 인물인지를 강조하는데 활용되었습니다. 카시안 안도르는 분명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도둑 출신이기는 하지만 터무니 없는 욕심은 내지 않는, 그리고 약속을 지키고 약속한 만큼만 얻고자 하는 의외로 강직한 인물이라는 것이죠. 그의 이러한 성품은 다음 에피소드부터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의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즉, [안도르]는 아직까지 전체 시리즈의 최종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한 캐릭터 빌딩의 과정 중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