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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 2 (Deadpool 2, 2018)

신어지 2022. 12. 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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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 트레인](2022)를 감상한 후유증(?)으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전작 [데드풀 2]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다시 한번 감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데드풀 캐릭터의 왕팬은 아닙니다. 너무 왁자지껄하고 영화 안과 밖을 넘나드는 메타픽션 대사들 때문에 너무 많은 사전 지식을 요구하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럼에도 딱 한 번만 보고 다시 안보고 있는 [데드풀](2016)에 비해 [데드풀 2]는 이미 두 번 정도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보니 새로운 것들이 또 보이네요. 재감상은 아무래도 내용과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바쁜 첫 감상에 비해 디테일에 좀 더 신경을 쓰며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슈퍼히어로의 탄생기를 다루는 첫 작품 보다 속편이 더 잘 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첫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전달한 새로운 세계관과 주인공의 등장, 각성과 성장의 드라마를 넘어서는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내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겠죠. 데드풀의 경우 흥행 성적은 1편과 2편 비슷한 수준(약 7억 5천만 불 이상)이었지만 제작비는 1편에 비해 2편에서 두 배 정도를 사용했으니 전작 대비 [데드풀 2]가 더 크게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딱 한 번만 보고 다시 안보고 있는 1편과 달리 벌써 세번째 감상을 하게 된 2편에는 전작에 비해 분명 나아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하 스포일러)

 

 

영화 안밖을 오가며 쉴새 없이 떠들어대는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의 입담이나 패러디 영화 또는 병맛 코미디에 가까운 장르적 특성은 달라진 점이 없지만 [데드풀 2]는 확실히 좀 더 대중적인 주제 의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1편 [데드풀](2016)에서 웨이드 윌슨이 울버린과 유사한 방식으로 데드풀로 다시 태어나는 - 별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 과정과 그런 와중에도 연인 바네사와의 사랑을 되찾는 결말을 그렸다면 속편 [데드풀 2](2018)는 극 초반 바네사가 죽고 더이상 살고 싶은 의욕이 없었던 데드풀이 새로운 가족을 찾게 되고 그런 와중에 어린 뮤턴트가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희생하는 매우 보편타당한 주제의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과 특수효과 쪽에 장점이 많은 1편의 팀 밀러 감독이 아닌 스턴트 액션에 강점을 가진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아울러 2배 정도 상승한 제작비 덕분에 - 좀 더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속편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라 생각됩니다.

 

 

원래 태생이 [엑스맨] 세계관의 일부였고 존재 자체가 패러디였던 데드풀은 20세기 폭스 영화사가 마블 스튜디오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기회의 발판을 확보하게 되었죠. [데드풀 2] 안에서도 마블 작품들에 대한 언급이 꾸준했던 그 바램이 현실로 이루어진 셈입니다. 데드풀 시리즈의 성공이 최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던 마블 드라마 [쉬헐크]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이런 패러디 영화 같은 설정의 캐릭터가 기존의 마블 작품이나 엑스맨 시리즈에 녹아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듯 하고 전체적으로는 데드풀이나 쉬헐크 자체가 일종의 외전 성격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 때문에 숀 레비 감독과 새로운 각본가들이 작업 중인 [데드풀 3]에서는 엑스맨의 대표 캐릭터인 울버린(휴 잭맨)을 모셔오는 방식으로 또 한번의 성공을 노리게 된 것이겠죠.

 

 

여담입니다만 [데드풀 2]에서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브리아나 힐더브랜드)의 여친으로 등장하는 유키오(시올리 쿠츠나)는 데드풀과 마주칠 때마다 '하이, 웨이드'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하는데 4년 뒤에나 만들어질 [불릿 트레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새롭게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점에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이미 [불릿 트레인]을 만들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거나 감독 개인적인 취향의 무의식적 반영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울러 신체가 금속으로 이루어진 콜로서스의 경우 러시아 액센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불릿 트레인]의 '백의 사신'과 무슨 연관이냐고 한다면 이건 좀 무리수이겠죠.

 

 

[데드풀 2]에 브래드 피트가 카메오 출연을 했다는 건은 워낙 잘 알려진 사실이었는데 맷 데이먼도 출연했었다는 건 이번에야(영화를 볼 때는 모르고 이래저래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케이블(조쉬 브롤린)이 미래에서 현 시점으로 도착했을 때 똥꼬 화장실 휴지 이야기를 진지하게 늘어놓고 있던 배우가 분장을 한 맷 데이먼이었다고 하네요. 그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던 배우도 앨런 터딕(Alan Tudyk)의 카메오였습니다. 브래드 피트의 스턴트 대역이었던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본 얼티메이텀](2007)에서 맷 데이먼의 스턴트도 맡았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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