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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2022)

신어지 2022. 12. 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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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 버전의 피노키오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지 일주일이 지나 조금 늦게 감상했습니다. 아주 보고 싶어했던 작품이 아니었고 어쩌다보니 결국 보게된 경우랄까요.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1883년 로마의 지역 신문에 연재했다는 최초의 [피노키오] 원작 동화를 굳이 찾아읽지 않았더라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 등을 통해 그 내용이 너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기예르모 델 토로가 아무리 각색을 덧입혔다 한들 내용상의 한계는 있을 수 밖에 없으리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결국 자식이 없었던 목수가 어린 아이 모양의 나무 인형을 만들어 피노키오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이런저런 시련과 모험을 통해 마침내 사람이 되었더라는 이야기이지 않습니까. 넷플릭스에서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전연령 시청가 작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점 역시 화끈한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내용 면에서 획기적인 무언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었습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실제로 감상하고 나니 그런 예상을 뒤집는 감상이 나와주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솔직한 평을 하자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존의 [피노키오]와는 디테일에서 다른 점들이 상당하긴 했지만 앞에서 언급한 줄거리 상의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었다고 할까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전연령 시청가 작품의 눈높이에 맞춰진 줄거리 보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장인들이 창조해낸 시각적 경험이나 그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마술적인 디테일에 관심을 갖고 감상하는 편이 좀 더 나은 접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원작에서 피노키오에게는 존재할 수 없었던 모성적 존재로 요정이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에서 요정과 같은 존재는 등장하지만 모성적 존재는 거의 배제되고 오로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더 깊고 폭넓게 파고드는 점은 나름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에 불과 3개월 앞선 지난 9월, 디즈니에서도 1940년 장편 애니메이션 [피노키오] 이후 82년만에 실사 + GCI 버전의 새로운 [피노키오]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했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무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피노키오]의 리메이크가 거의 같은 시점에 두 작품이나 이루어지다니요.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넷플릭스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가 새로운 피노키오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디즈니 측에서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 등을 급히 섭외해 만들고 한발 먼저 내놓은 작품이 디즈니 플러스 버전의 [피노키오]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신시아 에리보가 연기한 흑인 요정이 등장해서 어그로를 끌었었죠)

 

 

1940년 버전의 [피노키오]를 실사화하는 작업에 그친 것으로 보이는 디즈니 플러스의 2022년작 [피노키오]에 비교하자면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원작에서 다뤄지지 않은 훨씬 풍부한 내러티브를 선보이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피노키오 이전에 제페토에게 카를로라는 아들이 있어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슬픈 마음으로 피노키오를 만들게 된 배경이라든가 나무인형으로 생명을 얻게 된 피노키오이기에 여러 차례 죽음과 부활을 경험하지만 제페토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목숨을 걸게 되는 부분,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 아래에서 아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어른들이나 피노키오를 이용해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서커스단의 볼페 백작(오늘날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사장 같은)과 같은 인물들의 등장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지향했던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에서는 그 이상의 깊이 있는 묘사나 은유 등은 아무래도 자제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 면에서는 차라리 어린이 시청자들 보다 어른들의 눈높이에 좀 더 충실한 버전으로 [피노키오]를 좀 더 깊게 파고들어 가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순전히 이기적인 관객로서의 바램으로는 그렇네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지루하거나 못봐줄 정도로 만듬새가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열광적인 지지를 표현해주기에도 애매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CGI가 아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 또한 크게 와닿지는 않는 부분일 수 밖에 없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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